[기술잡썰3] 네이버 FaceSign, 1784가 아닌 1984.

2022년 7월 6일 10시 19분 발행.

네이버 1784 facesign 얼굴인식

Proudly Present! FaceSign!

쓰고도 나를 찾는 얼굴 인식! FaceSign 네이버 신사옥 입성기 (naver.com)

1784 STORY ep.1 l 네이버 AI 개발자들의 [ FaceSign ] 이야기 (naver.com)

몇일 전부터 네이버 메인 페이지 두번째로 큰 배너(로그인창 아래)에 계속 보여지는 네이버 자체 광고가 있었다. 우리 이런 것도 한답니다. 구글같죠? 페이스북 같죠? 글로벌 빅테크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이죠? 힙하죠? 하는 거 같은데…

솔직히 조금 놀랐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 1의 빅테크 기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네이버가.(내기준 네이버 >>>차원의벽>>> 카카오) 그 어떤 고민 없이 이런 것을 메인 배너에 올린다는 것에 흠칫했다.

네이버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이 글을 보고있을지도?ㅎㅎ)에게 보여주며 토로해보았는데 나는 너무 편하게 쓰고 있는데 왜 이렇게 화가 나있냐더라. 배너에 대문짝만하게 홍보하는 것도 그렇고, proudly presenting하는 영상 속 개발자들도 그렇고, 키노트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인식도 그렇고 그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가 1984의 오세아니아입니까?

출퇴근할 때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서는 결제할 때도 인증할 때도 뭘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어서 행복할 거라는 presentation. 진심으로 그런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 될까? 사회주의의 강력한 도구가 되지는 않을까? 아니더라도 큰 정부빅 브라더의 강력한 도구가 되지 않을까?

얼굴인식 기술은 중국이 독보적인 1위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전세계의 빅테크는 다 미국에 있는데 왜 중국이 1위를 했을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본인 얼굴 사진을 다각도로 수 많은 환경에서 촬영한 데이터가 넘쳐 나고, Amazon, Google, Netflix, Apple 등의 빅테크들만 생각해도 넘치는 기술력, 넘치는 데이터, 넘치는 인력, 넘치는 컴퓨팅 파워가 있는데 왜?

미국은 자유의 가치가 본인의 목숨보다도 우선시 되는 국가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미국민 개인의 마음가짐도 그렇지만 국가 자체가 그렇다 보니 기업도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다. 애플의 광고 포인트를 한번 보자.

대한민국, 혹시 이곳은 작은 중국?

우리의 반중정서가 극한에 치닫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의 모습은 미국이 아닌 중국에 닮아가는 것 같다. 겉으로는 자유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가와 국민이, 자발적으로 통제하기위해, 통제 당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의 혁신을 주도하는 빅테크의 엘리트 집단이 이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얼굴인식이 집 출입, 얼굴 인식을 통한 어디서나 결재/결제, 그저 걸어들어가면 되는 출퇴근, Fraud Detection 등 편리하고 사회 질서 유지에 선이 된다며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 것이다. 심지어는 집에서도 IoT라는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내가 어디서 언제 무엇을 했는지 피할 길이 사라진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인데…? 1984…? 텔레스크린…?)

직장에서는 내 동선을 통해 근무시간을 책정할 것이며, 근태를 관리하기 시작하고, 정부에서는 네가 여기서 이런 걸 결제할 돈이 어디에서 났는가? 하며 자금을 추적하고,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라며 “구울씨 몇월몇일에 어디서 뭐 했었죠? 말 좀 묻겠습니다.” 들이닥칠 것이다. 착하게 살면 문제 없는 거 아니냐고? 그게 사회주의다. 엘리트 집단이 살라는 대로 착하게 살면 문제 없다 원래.

‘악의 평범성’을 경계하자

물학위이지만 머신러닝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나로서는 얼굴인식을 개발하기 위해 갈려나간 수 많은 연구원들에게 그 노고를 깊게 공감하고, 새로운 기술의 혁신과 진일보에 일조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난 공대생이라 그저 연구와 개발만 할 뿐이다 라는 변은 충분하지 않은 듯 하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아이히만은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전쟁 범죄자다. 악랄할 것 같던 그는 알고보니 그저 상관의 명령에 성실히 따르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며 친철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며 행하는 평범한 행위가 크나큰 악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악의 평범성’의 의미다.

내가 어떤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지 돌아보고 하는 일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민하는 네이버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들이 될 수 있기를. 내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전글

[기술잡썰1] Tiobe Language 순위가 시사하는 바 – Java의 몰락

[기술잡썰2] Q:무슨 언어를 공부해야 할까요? A:쩝…


Posted

in

,

by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