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12]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화양연화 포스터

별점

★★★☆☆ (3.0 / 5.0)

한줄평

“숨 막히는 현실 위로 피어오른, 금기라서 더욱 짙은 찰나의 연기.”

기본정보

  • 개봉일: 2000년 10월 21일 (국내)
  • 감독: 왕가위
  • 출연진: 양조위(초 모완), 장만옥(수 리진)
  • 러닝타임: 98분
  •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줄거리 요약

1960년대 홍콩,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초 모완’과 ‘수 리진’. 두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불륜 관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상처받은 두 사람은 배우자들의 잦은 부재 속에 점차 서로에게 위로를 받으며 가까워지지만,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다짐 속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아슬아슬한 선을 지킨다. 비밀스러운 감정과 도덕적 굴레 사이에서 방황하는 두 남녀의 애틋한 엇갈림을 담아낸 이야기.

느낀점

시대를 초월한 압도적 미감과 아쉬운 시대적 공감

영화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다. 붉은색과 초록색의 강렬한 보색 대비, 특유의 슬로우 모션, 그리고 뇌리에 깊게 박히는 바이올린 OST(Yumeji’s Theme)는 왜 이 영화가 현재까지도 봉준호를 비롯한 수많은 거장들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완벽하게 증명한다. 다만, 1960년대 홍콩의 좁은 하숙집 생활이나 홍콩 반환 직전의 시대적 불안감 등 당시의 역사와 시대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세대에겐 인물들의 억눌린 감정선을 100% 공감하며 따라가기엔 묘한 거리감이 느껴져 아쉬움이 남았다.

숨 막히는 프레임, 그리고 역설적인 응원

의도된 연출이라는 것은 알지만, 좁은 복도나 철창, 거울 등을 통해 인물을 끊임없이 가두는 ‘숨 막히는 프레임’은 보는 내내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꽤나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이라는 도덕적 금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으로서 은근히 이들의 감정을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이 끝내 선을 넘지 않고, 마음속 부도덕함을 끝까지 실현하지 않은 채 아련한 환상처럼 사랑을 남겨두었기에 이토록 몽글몽글한 여운이 남는 것은 아닐까.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 역설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그래서 보라고 말라고?

어떤 미감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
추천: 시각적인 미감, 화면의 색채감, 몽환적인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 한국 거장들에게 큰 영감을 준 마스터피스의 질감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비추천: 역사적 배경에 관심이 없거나, 시각적으로 복잡하고 좁은 연출, 그리고 스토리적으로 꽉 막힌 답답함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다소 지루하고 불호로 다가올 수 있다.

마치며

아무리 마음속으로 짙은 욕망을 품었다 하더라도, 그 부도덕함을 끝내 실현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사랑이고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운을 씹게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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