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다소 과대평가 되거나 다분히 과소평가 되고 있다

AI는 다소 과대평가 되거나 다분히 과소평가 되고 있다

링크드인을 켜면 매일같이 장밋빛 환상이 쏟아진다. 클로드나 오픈클로우(OpenClaw)로 하루 만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둥, 이제 개발은 아이디어 싸움이라는 둥… 하지만 정작 개발 현장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AI에게 뇌를 맡긴 채 ‘개판’으로 내린 지시로 짜인 이상한 코드들, 확장성이라곤 고려하지 않은 하드코딩 수준의 MR을 마주할 때면 이 괴리감은 극에 달한다. AI는 정말 우리를 대체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AI라는 환상을 소비하고 있는가.

AI의 본질: 패턴의 재생산과 가치 판단


AI, 특히 LLM은 본질적으로 ‘재생산 기계‘다. 인간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방대한 데이터 속의 패턴을 파악하고, 질의가 들어왔을 때 그 패턴을 다시 생산해낸다. 때로는 연관성이 희박해 보이는 데이터들 간의 패턴까지 인식해 확실하게 연결된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결국 인간이 말하는 ‘모방’과 ‘창조’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AI가 인간 고유의 창조성을 갖게 되니 인간은 대체될 수밖에 없는가? 현재로서는 일정 부분만 맞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모방과 창조의 ‘가치 판단’을 대중(인간)이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AI와 인간 사이의 피드백 루프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AI가 더 발전하고 이 루프가 고도화된다면? “이건 인간이 새롭다고 느끼네? 재밌어하네? 이건 따라 했다고 느끼네?” 같은 가치 판단까지 학습하게 될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AI가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 다분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개발의 복잡성: ‘코더’는 사라져도 ‘디벨로퍼’는 남는다


반대로 AI가 ‘과대평가’되는 지점은 개발자에 대한 폄훼와 비개발자의 AI 활용 능력(특히 개발 측면)이다.

개발이 단순히 기능 구현 1, 2, 3의 나열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실제 엔지니어링의 세계는 확장성, 고가용성, 유지보수성, 추상화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끝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완벽한 아키텍처는 세상에 없으며, 결국 우리는 매 순간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따져야 한다.

코드 한 줄, DB 컬럼 하나, 인프라 스택 하나를 결정할 때마다 우리는 다음을 고민한다.

  • 앞으로 벌어질 비즈니스 시나리오에 따른 코드의 흐름
  • 예외 상황에 대한 강건성 예상
  • 추가될 기능들을 위한 코드적 발판
  • 글이나 코드로 남지 않은 팀 내의 합의와 히스토리
화성갈끄니까~

AI가 이 모든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최적의 트레이드오프를 결정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의 계획대로 우리가 다행성 종족이 되고 무한한 에너지와 자원을 얻어 효율성을 따질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최고 가성비의 AI는 인간이다


예전부터 늘 주장해온 이야기지만, 결국 최고 가성비의 AI는 인간이다.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도 개발자이며, 엉성하게나마 프로젝트의 거대한 컨텍스트를 기억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것도 개발자다. AI에게 지시를 개판으로 내려서 나오는 결과물은 결국 그 컨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한 ‘코더’의 한계를 보여줄 뿐이다.

앞으로 코더와 디벨로퍼가 명확히 구분되는 세상은 오겠지만, 개발자라는 직군 자체가 대체되리라는 생각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우리는 도구를 쓰는 사람이 될 것인가, 도구가 뱉어낸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 갈림길은 결국 ‘컨텍스트’를 쥐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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