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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필자는 금융 회사에서 IT 연구 관련 직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상 컴퓨터 잡부에 가까운데 그러다 보니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은 실무진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호랑이가 없는 산에는 토끼가 왕 노릇한다고 많은 실무진 사람들이 늘상 묻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Q: 무슨 언어를 공부해야할까요? 저 파이썬은 좀 다룰 줄 아는데…
그럼 그냥 이렇게 답합니다.
A: 파이썬만으로 충분해요.
그냥 파이썬으로 본인이 필요한 거 만드세요.
어차피 IT 회사 IT 직군 가실 거 아니잖아요?
그정도만 하셔도 대단하십니다.
어차피 비전공자 실무진이 원하는 것은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뚝딱 처리하는 정도이지, 심도있게 인프라와 서버를 구축하고 HA와 프로세스 들을 설계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데,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면서 또는 IT 회사에 IT 직군으로 취업을 원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선 말문이 턱 막힙니다.
나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죠?
다 자바하던데 자바 해보면 될까요? 쿠버네티스 해보면 좋을까요? 노드js 해보면 좋을까요? 머신러닝 ?react? go? aws? spring? rest api? 그냥 솔직히… 뉴스 기사에서 아니면 주변에서 야 요즘 이런 개발자가 없대!!! 이런 거 하면 연봉 기본이 6000이라는데?라는 소문 듣거나 SNS에 떠도는 취업 100% 보장! 무슨무슨 클래스! 전기 수강생 3N 취업! 이런거 보면서 돈에 눈이 멀어서 이거저거 다 찔러 보시는거죠…?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전혀 아닌데, 그렇게 준비해서는 운 좋게 어디 가더라도 개발자 취급 못 받고 코드몽키로 살며 쉬운데 복잡한 노가다 코딩만 하다가 다시 인생에 현타 올 것이 뻔합니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아요.
무엇을 해보았냐보다 어떤 것을 해볼 때 어떤 수준까지 이해하며 했는가가 중요합니다. 무슨 개발자들을 사람 파악 못하는 찐따로 취급하시는 듯 한데 (사실 찐따는 맞습니다만) 너가 컴퓨터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프로그램이 어떻게 실행되는가를 알고 있는지. 메모리의 할당과 해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은 알고 있는지. 쓰레드와 비동기는 알고 있는지. 개발에서 발생할 휴먼 에러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서너개 질문과 당신이 짠 몇 줄의 코드 리뷰로 파악이 끝납니다… 그리고 아 이거 상종 못할 사람이구나… 판단해서 손절 해버리는 찐따라구요…
컴퓨터 기술의 세계는 진짜 빨리 변합니다. 솔직히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요. 제가 대학 입학할 때, 갤럭시 S2가 나왔습니다. 안드로이드가 겨우 겨우 성장 했구요. 유튜브? 넷플릭스? 있지도 않았어요.
그 때는 자바만 하면 취업 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근데 지금 자바만 할 줄 알면 SI행입니다.
급변하는 기술을 그때 그때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배운다고 내가 좋은 인재가 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컴퓨터 기술은 의외로 똑같습니다. 필요가 있고, 문제가 생겨서 이를 해결하려고 나오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초 기술의 기반 메커니즘을 알면 새로운 기술에도 쉽게 접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걸 깨달으셔야 합니다. 이게 전부에요 그냥.
마지막 잔소리
환상에 젖은 분들은 현실을 깨달으시고, 진짜로 준비된 개발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컴퓨터 공학과 프로그래밍에 대해 공부해보셨다면 “어떤 언어를 공부하면 좋을까요? 무슨 기술을 사용해보면 좋을까요?”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그런 질문이 드신다면 C언어 프로그래밍, OS, 자료구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공학 등 기초 전공을 다시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깨닫는 것이 없다면 다른 커리어를 생각해보시기를 진심으로 권장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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