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4

결혼기념일.

10분 지체된 퇴근은 행운을 가져다 주네.

퇴근 만원 버스에 탄 아이와 아빠.

한 손엔 노란 어린이 집 가방과 한 손엔 아이를 품에 안은 아빠를 태운 채,

기다림 없이 버스는 출발했다.

쭈뼛 어쩔 줄 모르는 아이 아빠의 손이 손잡이를 간신히 붙잡는다.

아빠는 가정을 위해 일터에서 시간을 희생했겠지.

아이는 윤택함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 대신 어린이 집에 있었겠지.

그들의 퇴근 길까지 힘들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여원이와 내가 투영됐겠지.


나서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지극한 개인주의자이지만

용기내어 주변 노약자석에 앉은 이들에게

여기 아이가 있으니 양보를 부탁한다.

그냥 조용히 내리려 했지만

아이 아빠는 끝내 눈을 맞추고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것마저 피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리라. 나도 가벼이 목례를 했다.


배려는 내가 했고, 또 자리를 비켜준 이가 했는데

모두가 행복한 하루의 마무리.

자그마한 행동 하나가 자그만한 씨앗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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